최근 아버지가 정신질환자 딸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이 수년간 투쟁해도 바뀌지 않는 정신장애인의 의료 환경과 현실에 분노하며 동료지원, 의료·재활·복지체계 등 정신장애인 지원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촉구했다.
정신질환자 당사자가 가족을, 가족이 당사자를 살해하는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는 것은 정신질환자와 정신장애인의 치료를 정신병원 강제 입원에만 의존하는 국가와 사회의 시스템 때문이라는 것.
정신장애인 기본법 제정을 위해 연대한 전국 정신장애인 당사자·가족단체 연맹(이하 연맹)은 28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신장애인 기본법 제정을 위한 정신장애인 당사자·가족단체 연맹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지난 4월 20일 경상북도 포항에서 70대 부모가 조현병이 있는 40대 딸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구지검 포항지청과 경북 포항북부경찰서에 따르면 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아온 아버지는 "딸의 증세가 악화해 어린 손주의 앞날이 걱정됐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연맹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흔히 그렇듯 언론사의 보도 방식은 문제의 핵심을 보지 않고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더욱 부추기기만 한다”며, "이러한 사건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지역의 정신건강 복지시스템의 부재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언론은 정신장애인의 강제 입원만이 대안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연맹은 “본질적 문제는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충분한 대안이 있음에도 이것을 실천하지 않는 현재의 정신건강 정책 당국과 이에 편승하는 언론이다. 현재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같은 일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이러한 참극이 발생하는 동안 국가나 사회는 무엇을 했는가”라며 “국가는 자국민인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을 방치하고 방임했다. 사회적 삶을 빼앗은 데 대해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더 이상 그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피력했다.
이에 따라 연맹은 ▲정신장애인의 회복을 지원할 수 있는 동료지원체계, 의료·재활·복지체계 도입 ▲정신장애인을 이해해 주는 동료지원가 제도 도입 ▲정신장애인 역량강화센터 전국적으로 도입 ▲급성기 당사자가 가족과 분리돼 쉴 수 있는 위기 쉼터 설치를 촉구했다.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이정하 대표는 “정신보건법이 2016년 개정돼 정신건강복지법이 됐지만, 정신장애인 가족과 당사자의 삶을 악화시키기만 했다. 개정된 법은 강제 입원 규정은 까다로워졌지만, 응급시스템 부재로 인해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러한 사건들이 반복되는 것은 법이 제대로 제정되지 않고 국가가 정신장애인들을 지원하지 않아 정신병원만이 유일한 선택지로 남아있기 때문”이라며 “정신병원이 아니라 정신장애인의 정신과 삶을 회복시키는 진정한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광장 박목우 활동가는 “포항 사건에서 딸을 살해한 아버지의 목소리는 들렸지만, 국가의 치안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들렸지만 정작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는 들리지 않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자 한다. 말하지 못했던 것을 말하고자 모였다. 우리의 말을 들어라.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당사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신장애인은 더 이상 사회에서 소외되고 배제돼 시설에 갇힌 채 일생을 보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인권을 유린당해도 좋은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에 대한 권리를 가진 존재다”며, “우리는 침묵 당하는 정신장애인이 존재하지 않을 날까지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들은 오는 29일부터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신장애인 기본법 제정’을 위한 릴레이 시위에 돌입하며 이 시위는 정신장애인 기본법이 제정될 때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출처: https://www.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14&NewsCode=001420210628153836966758#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