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안에서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두고 장애 부모들의 절규가 엇갈렸다. “중증장애라는 이유로 안전과 보호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냐. 왜 안된다고만 하냐”는 의견과 “시설은 우리에게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다. 어디서 살든 우리에게 선택권을 달라”는 처절한 외침이었다.
국회의원들도 같은 처지에 놓인 부모가 대립하는 상황을 무겁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본 ‘눈물의 공청회’로 마감됐다. 탈시설 정책을 둘러싼 팽팽한 찬반에 뒷짐만 지고 있는 보건복지부를 향한 책망도 함께 쏟아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7일 국회에서 ‘장애인권리보장 및 탈시설 지원 관련 법률안 공청회’를 개최해 법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공청회의 쟁점은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지난 2020년 12월 발의한 탈시설지원법이었다.
이는 장애인이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생활할 수 있도록 탈시설을 지원하는 법안으로, 거주시설 등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10년 이내에 폐쇄하며, 인권침해시설을 조사해 조치를 취하는 등의 내용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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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영 VS 이종성 여야 장애인 의원 간 팽팽
여야 장애인 의원들 간의 탈시설 정책 찬반 의견도 팽팽히 맞섰다. 모든 장애인은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권리가 있다는 반면, 탈시설을 강제하는 것보다는 선택권을 달라는 목소리다.
탈시설지원법을 발의한 최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제는 우리가 공급자 중심에서 당사자 권리 중심의 기반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시설을 범죄의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적어도 국가가 장애인을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이다. 그러기 위해서 서비스를 만들고, 의무가 누구고, 예산을 만들기 위한 것임을 꼭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최 의원은 “탈시설 관련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2008년도에 비준했는데 너무 늦지 않았냐. 지자체에서 조례를 만들고 주거 지원을 마련하고 있지만 정부 정책의 근거가 미비해서 한계가 있다. 근거를 빨리 만들어야 할 것”이고 강조했다.
반면,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은 “현재 국회 정문 앞에 100여명의 발달장애 부모님들이 소복을 입고 절규하고 계신다. 탈시설정책의 무리한 추진으로 불행한 상황이 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부분”이라면서 “어느 한쪽 맞다, 틀리다가 아닌 서로 간의 갖고있는 생각, 고통, 아픔을 꺼내놓고 같이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시기”라고 힘주어 말했다.
구체적으로 이 의원은 “코로나 시국에 동반자살 터지고, 매형이 중증장애인 처남 3명을 돌보다가 방화를 저지른 참사가 있었다. 복지서비스 체계를 소홀히 한 비극적 성적표다. 가족에게 보호되고 있는 장애인에게 조차도 충분한 서비스를 못 하는데 시설에 있는 장애인을 무조건 꺼내자고 강권하기는 힘들다”면서 “획일적 정책 목표가 아닌, 자연스럽게 지역사회 서비스 확충 목소리를 모아가야 할 것”이라고 무조건적인 탈시설 정책에 우려를 표했다.
한편, 공청회 종료를 선언한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여러 가지 법안들에 대해 진술인, 현장에 계시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감사히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법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큰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맺었다.
※출처: http://www.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44&NewsCode=004420220407145205161114#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