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 받은 중증장애인, 방치된 채 홀로 사투
장애인 거주시설과 요양기관 등의 집단감염에 이어 일상생활 속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장애인이 속출하고 있지만 적절한 지원 대책이 부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 확진자는 활동지원 등 긴급돌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또 응급 이송을 하더라도 신체활동지원(신변처리, 식사, 옷 입기 등)이 가능한 병원을 찾을 때까지는 홀로 방치된 채 감염과 사투를 벌여야 할 판이다.
16일 확진 판정을 받은 근육장애인 정모 씨는 이날 오전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자신의 상황과 심경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했다. 정 씨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무증상이라 몰랐는데… 가족과 활동보조, 직원들 모두 걱정되네요. 또 문제는 나를 보조할 사람은 어떻게 하지?”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직장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서울에서 방을 얻어 살고 있고, 전날까지만 해도 활동지원사의 신체 보조를 통해 일과 일상생활 등을 영위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선제적 대응의 일환으로 15일 전 직원들과 검사를 받았고, 다음날 16일 오전 9시경에 확진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저녁 8시경 정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침 “종일 보건당국 등과 확인한 사항을 기록하고 있었다”며, “다만 점심부터 저녁까지 물조차 못 마셔 기진맥진하니 정리한 데까지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중증장애 환자들의 심각성을 직접 경험한 것을 알리고자 한다”며 페이스북에도 공유했다.
보건소 “신체활동지원 가능한 병원도 찾아야”, 서울사회서비스원 “확진자 돌봄 못해”
정 씨에 따르면 근육장애와 당뇨병 등 기저질환자로 분류되어 중증병상으로 입원 예정이었다. 하지만 보건당국 측에서는 ‘현재 서울은 병상이 부족한데다, 와상장애인이 입원할 경우 의료진 인력으로 신체 활동지원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야 한다’며 ‘17일도 장담하기에는 어렵다’고 했다.
정 씨는 “병원 이송이 늦어진 상황에서 가족과 활동지원인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해야 하고, 그러면 2주간 자가격리로 당장 신체 보조를 해줄 사람이 전혀 없다”며, “그래서 서울사회서비스원에 긴급돌봄을 요청했지만 확진자는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확인결과 서울사회서비스원의 경우 확진자와 접촉했으나 음성판정을 받은 장애인에 한해 2주간 긴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상반기 팬데믹 상황에서 대구사회서비스원이 장애인 확진자에게 긴급돌봄을 지원한 것에 비하면 서울은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중증장애인 활동지원 등 민간 기피사업에 중점 둔다던 사회서비스원의 경우 최근 그 역할과 기능 등이 도마에 오른 상태다. 더구나 코로나19 발생 10개월이 넘었는데도 정부와 지자체 등이 촘촘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비난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병원에 이송되더라도 신체보조를 해줄 수 있는 활동지원인은 물론이고 가족조차 긴급지원 등으로도 함께 입원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의료인력이 제대로 된 신체활동지원 서비스를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정 씨는 “중증장애 환자가 중증병동에 입원했을 때 의료인력이 신체활동지원을 충분히 해줄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된다”며 “실제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할 때면, 그때마다 의료 인력은 신체 보조 등 서비스를 제대로 할 줄 몰라 헤맨 적이 있다”고 말했다.
■ “신체활동지원 가능한 전담인력 파견 지침 마련해달라”
그러면서 “의료 인력에 준하는 방역지침으로 중증장애 환자의 신체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면, 중증장애 환자도 가족 걱정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치료를 받고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수당 조정과 상주인력의 경우 의료서비스 인력에 준하는 방역지침만 있으면 병원 내에서도 제공 가능한 서비스인데, 1년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대책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정부를 향해 강도 높게 성토했다.
비단 정 씨만이 아니다. 비슷한 시기 포항에 거주하는 뇌성마비 중증장애인의 경우 활동지원사에 의해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북 안동의료원으로 긴급하게 이송되었지만 신체활동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국가는 중증장애인 확진자 책임질 수 있나!
앞서 언급했듯이 지난 6월 보건복지부가 제작한 ‘장애인 대상 감염병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코로나19 지원 사례로 대구사회서비스원은 긴급돌봄서비스 지원 체계를 구성했다. 실제 돌봄 종사자가 장애인 확진자의 병원 생활을 8시간 지원한 것으로 명시됐다. 이미 사례가 있는 만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그리고 서울시 등 지자체 간의 영역을 논할 때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복지부 차원의 긴급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또한 감염병 대응 매뉴얼을 검토해 보면 ‘자가격리 중인 장애인을 돌보는 경우 원래의 급여량과 무관하게 24시간 활동지원이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한시적으로 가족에 의한 돌봄도 급여 제공이 가능하다.
하지만 매뉴얼의 ‘자가 격리자’는 음성 판정을 받은 경우라는 점에서, 정 씨와 같이 양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는 심각한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신체활동지원이 가능한 병원을 찾는 동안 장애인은 홀로 방치된 채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래서였을까. 밤 10시가 넘어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자가격리(경기도 자택) 중인 그의 아내가 보건소와 구청 등의 협조를 통해 방호복을 입고 서울로 왔다. 정 씨가 침대로 옮겨진 시간이기도 하다.
정 씨는 “오전부터 휠체어에 앉아 홀로 밤을 새워야 할 지경”이라며, “신체 건강한 사람조차 견디기 어려운데, 여기에 몇 가지 한계를 더하다 보니 ‘아! 지옥의 문이구나!’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증장애를 갖고 있는 코로나 환자에 대해 국가나 지자체가 책임지지 못하니 그 역할과 책임을 한 국민이, 심지어 가정이 책임져야 했다”는 글을 올렸다.
출처:
[더인디고 THEINDIGO] https://theindigo.co.kr/archives/14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