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디고 조성민] 장애인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건강권법)이 시행(2017.12) 4년째를 맞이했지만, 비장애인과의 ‘건강’에 대한 격차가 해소는커녕 건강검진 수검률이나 이동상 제약 등 미충족 의료 경험률은 오히려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는 장애인의 열악한 건강 수준과 의료 공백 등을 해소하고자 2018년 5월부터 ‘장애인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을 시작했지만, 지난 3년 동안 어떠한 성과를 공유하거나 개선을 수렴하는 과정조차 없어 장애인 단체들의 비판이 거세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에 따르면 1차 시범사업 결과 주치의 시범사업을 경험한 장애인은 1,146명으로 사업대상자인 중증장애인(984,965명)의 0.1%에 불과하다.
또 장애인 건강주치의에 참여한 의사는 339명으로 의사 1명당 3,000명 정도의 중증장애인을 담당해야 하는 셈이다.
한국장총은 1일 성명을 통해 “ 3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결과는 참담하다”며 “장애인 건강주치의는 장애인건강권법에 따른 법적 근거가 있음에도 시범사업을 위한 시범사업으로 전락, 결국 유령제도에 불과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도 “중증장애인과 의료기관의 저조한 참여, 특히 제주, 울산, 세종시 등은 건강주치의 기관이 단 한곳도 없다”며 “현재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은 어떠한 실효성도 없는 실패한 사업”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건강’ 격차… 더 벌어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건강검진 수검률은 비장애인 2011년 46.44%에서 2018년 48.10%로 증가했지만, 장애인은 각 45.93%, 43.07%로 감소해 격차는 0.51%에서 5.03%로 더 벌어졌다.
미충족 의료(경제적, 이동이나 시간 제약 등)의 경우 2011년 비장애인은 13.47%인데 반해 장애인은 16.62%로 3.15% 높았고, 2018년에는 비장애인 10.53%, 장애인 15.14%로 격차가 4.61% 더 늘어났다. 예방 가능한 입원 발생률도 2011년 비장애인 1.04%, 장애인 3.27%로 장애인이 2.24% 높았다.
또 2018년 기준 만성질환 유병률은 83%로 전체인구 대비 2.2배 높고, 욕창, 골절 등 2차 장애 위험이 높다. 질병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건강검진 참여 경험은 비장애인보다 12.9% 낮고, 코로나19 때문에 건강이 악화한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4.8% 많다.
장애인 1인당 연평균 진료비도 585.6만원으로 전체인구보다 3.4배 높다. 장애인 중 가장 많은 진료비를 사용하고 있는 신장장애인은 1년 동안 무려 2,891.6만원의 진료비를 사용하고 있고, 간장애도 2,015.8만원을 부담하고 있다.
■ 시범사업 시행 3년, 이용자는 누구?… 복지부 오는 9월 또 시범사업
한국장총은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전국의 장애인단체 협조와 SNS 등을 통해 ‘장애인 건강주치의 이용자’를 찾았지만, 1일 현재까지 응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며 “장애인 주치의제도가 무엇인지, 누가 해당하는지, 어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알지 못하는 유령 같은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장애인 건강주치의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자 국정과제로 정부에서 역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는 사업임에도 지난 3년 동안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도, 개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보건복지부는 지난 25일에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중증장애인의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오는 9월부터 3단계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복지부가 밝힌 3단계 시범사업의 주요 내용은 주장애 관리 대상에 정신적 장애인까지 장애 유형을 확대하고, 고혈압과 당뇨 검사 바우처 제공, 방문 서비스(방문진료, 방문간호 등)는 1인당 연 12회에서 18회로 늘리는 것 등이다.
■ 장애 때문에 건강하지 않다? 빠른 주치의 제도 정착!
하지만 한국장총은 “1단계 시범사업은 당초 2019년 4월까지 예정했으나 2020년 5월까지 1년 연장됐고, 2021년 5월까지 예정된 2단계 시범사업도 9월 3단계 시범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또 3개월간 연장이 된다”며 “그간 시범사업에서 드러난 문제점이 무엇이고 왜 다시 시범사업을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적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시대에 주치의의 필요성은 더욱 극명함에도 시범사업만 하다가 본 사업은 언제 전환되는 것인지 알 수도 없는 불확실한 상황만 이어지고 있다”며 “장애인이 자신의 건강 정보를 대중 매체나 자의적 판단으로 하는 것이 아닌 건강주치의를 통해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빠른 제도 정착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편 시범사업 초기 TFT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도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여러 연구 결과나 조사를 보면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노동과 소득뿐 아니라 건강 격차 또한 더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남에도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정부가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접근성, 경제적 접근성, 심리적 접근성 등 세 가지 조건을 함께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유령 같은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출처: https://theindigo.co.kr/archives/21822